250년에 걸친 해법의 목록, 그리고 그 해법들이 저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실패하는 까닭.


이 글은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첫 번째 글에서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의 지적 역사를 따라갔다. 더 많이 알면서 이해관계는 위임자와 다른 누군가에게 권한을 맡기면, 구조적으로 예측 가능한 문제가 생긴다. 이번 글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인류는 실제로 무엇을 해 왔을까?


주인-대리인 문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이 문제에는 해법이 없다.

수학 문제에 해답이 있듯이, 만족스럽고 최종적인 의미에서의 해법은 없다. 어떤 계약을 쓰고, 어떤 감시자를 고용하고, 어떤 법을 통과시키고, 어떤 기술을 배치해도, 위임받은 대리인(agent)의 이해관계가 당신의 이해관계와 완벽히 일치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을 관찰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럴 수 없다. 혹은 그들이 당신이 원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을 원한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렇지 않다.

대신 우리에게는 거대하고 다층적이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부분 해법의 도구함, 곧 무기고가 있다. 각각은 나름대로 기발하면서도 결함이 있다. 그리고 조직 생활의 법칙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일관되게 다음 해법이 풀어야 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

이 글은 그 무기고의 지도를 그린다. 최적 인센티브 계약의 수학에서 기업 문화의 사회학, 스마트 계약의 코드에 이르기까지 형식 이론 50년과 제도적 실천 수 세기를 가로지른다. 조직 원리는 단순하다. 대리인 문제의 모든 해법은 새로운 대리인 문제를 만든다. 그 사슬을 충분히 멀리 따라가면 인공지능의 최전선에 도착한다. 이제 걸린 것은 최고경영자 보수나 보험 사기가 아니다. 인류가 자신보다 유능한 시스템을 의미 있게 통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우리는 실용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작할 곳에서 시작한다. 돈이다.


1장: “그냥 제대로 돈을 주면 되잖아”

인센티브 계약의 과학, 그리고 그 첫 번째 치명적 한계

2016년 12월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벵트 홀름스트룀.

_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줄 것인가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에게 주어진 연미복과 흰 나비넥타이. 다중 과업에서 성과급이 일으키는 왜곡을 1991년 논문으로 밝힌 지 25년 뒤, 홀름스트룀은 칼 16세 구스타프 국왕에게서 상을 받았다. (벵트 홀름스트룀, 2016년 노벨상, CC BY 2.0)_

주인-대리인 문제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반응은 가장 직접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대리인의 이해관계가 당신의 것과 어긋난다면, 그들의 보상을 재구성해서 그들의 이해관계가 곧 당신의 이해관계가 되게 하면 된다.

이 직관은 어느 정도까지는 맞다. 문제는 그 “어느 정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통계학자의 계약

지적 토대는 벵트 홀름스트룀의 1979년 연구가 놓았다. 벨 경제학 저널에 〈도덕적 해이와 관찰 가능성〉이라는 소박한 제목으로 실린 논문의 통찰은 최적 인센티브 계약이 통계적 가설 검정처럼 작동한다는 것이었다. 결과를 관찰한 뒤 대리인이 태만했을 때보다 충분히 노력했을 때 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묻는다. 훨씬 더 크다면 넉넉히 보상한다. 두 경우에 똑같이 그럴듯하다면 그 결과는 행동에 관한 정보를 주지 못하므로 보상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정보성 원리(informativeness principle)**가 나왔다. 많은 계약 이론가가 이 분야에서 가장 견고한 단일 결과로 꼽는 원리다. 어떤 신호든 기존 지표를 넘어 대리인의 노력에 관한 정보를 더해 줄 때에만 계약에 포함해야 한다. 실무적 함의는 분명하다. 최고경영자의 보너스는 자기 회사뿐 아니라 경쟁사의 주가와도 비교해 정해야 한다. 경영 능력과 무관한 시장 전체의 변동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과의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단순 생존율만 볼 것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주력 모형: 선형 계약

홀름스트룀의 1979년 결과는 우아했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 복잡한 비선형 최적 계약을 낳았다. 현실의 보상 체계는 압도적으로 단순하다. 기본급에 산출의 일정 비율을 더한다. 판매 수수료, 성과급, 매출 배분이 그 예다.

실무자들이 그냥 게으른 것이었을까?

홀름스트룀은 폴 밀그롬과 쓴 1987년 논문에서 선형 계약이 더 정교한 계약의 조잡한 근사치가 아님을 보였다. 현실의 고용 관계와 비슷한 조건에서는 선형 계약이 실제로 최적이다. 대리인이 한 번에 전력을 다할지 말지를 고르는 대신 시간에 따라 행동을 계속 조정할 수 있을 때, 복잡한 계약은 제도를 악용할 여지를 만든다. 반면 기본급에 산출 비례 보너스를 더한 단순한 선형 구조는 다양한 조건에서도 최적이다. 공식은 직관적이다. 성과지표의 잡음이 적을수록 인센티브를 강하게, 많을수록 약하게 한다. 대리인이 위험을 잘 감당할수록 강하게, 그러지 못할수록 약하게 한다.

이 결과는 제조업의 성과급, 영업의 판매 수수료, 농업의 소작제가 역사적 우연이 아니라 깊은 최적화 문제의 해법임을 설명해 주었다.

토너먼트: 산출이 아니라 순위에 보상하기

그런데 대리인을 절대 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시끄럽고, 동료들과 비교하는 것은 깨끗하다면?

에드워드 레이지어와 셔윈 로즌은 1981년에 이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은 경제학자들이 승진 기반 보상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 **토너먼트 이론(tournament theory)**은 절대 산출이 아니라 순위에 따라 보상해도 효율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음을 보였다. 상대 순위는 모든 경쟁자에게 같은 영향을 주는 공통 충격을 걸러내기 때문이다.

이 모형은 현실의 몇 가지 수수께끼를 설명한다. 왜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바로 아래 직급보다 훨씬 큰가? 조직의 모든 단계에서 경쟁을 유지하려면 올라갈수록 토너먼트 상금이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왜 로펌 파트너의 수입은 젊은 변호사의 급여보다 훨씬 많은가? 몇 안 되는 파트너 자리를 두고 수십 명의 젊은 변호사가 수년간 치열하게 일하기 때문이다. 로즌의 후속 연구인 탈락 토너먼트는 정상의 큰 보상이 경영진의 탐욕뿐 아니라 여러 단계의 경쟁 전체에서 인센티브를 유지하는 구조적 장치일 수 있음을 보였다.

하지만 토너먼트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방해 공작을 유인한다. 보상이 절대적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이기는 데 달려 있을 때,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을 개선하는 것만큼 효과적이다. 그리고 토너먼트는 이질적인 참가자들과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한 경쟁자가 압도적인 우승 후보라면, 다른 모두는 합리적으로 포기한다.

효율 임금: 일자리 자체를 상으로 만들기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가 좋은 성과에 대한 보너스가 아니라 가치 있는 무언가를 잃을 수 있다는 위협이라면?

칼 샤피로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1984년 논문은 미국경제학회지에서 기업이 시장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 태만을 억제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일자리 자체를 포기하기 아까운 경제적 지대(rent)로 만드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시장 임금만 지급한다면 해고되어도 같은 임금의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으므로 처벌 효과가 없다. 시장보다 높은 임금은 해고의 대가를 키운다. 임금 프리미엄을 잃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기는 비자발적 실업은 이 모형에서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제도를 작동시키는 규율 장치다. 실업자가 바로 뒤에서 자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노동자는 열심히 일한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급진적인 결론이었다. 불완전한 감시가 전제된 이 모형에서 비자발적 실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 제도를 떠받치는 조건이 된다.

이연 보상: 긴 게임

레이지어의 1979년 논문 〈왜 정년제가 있는가?〉는 또 하나의 시간적 장치를 제시했다. 경력 초반에는 노동자의 한계생산보다 적게 지급하고, 경력 후반에는 더 많이 지급하면 암묵적 보증금이 생긴다. 태만으로 해고되면 수십 년 동안 미뤄 둔 임금 프리미엄을 잃는다. 이 설명은 나이에 따라 오르는 임금 곡선과 연공급, 정년제를 함께 이해하게 한다. 효율 임금과 마찬가지로 관계가 끝날 때 대리인이 잃을 잉여를 만들되, 인센티브를 경력 전체로 확장한다.

2009년 웰스파고 최고경영자 존 스텀프.

2016년, 이 사진 속 남자는 5,300명의 Wells Fargo 직원이 왜 350만 개의 가짜 계좌를 열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상원 은행위원회 앞에 섰다. 답은 탐욕이 아니었다. 영업 인센티브 프로그램이었다. (Wikimedia Commons, CC BY 2.0)

모든 해법을 무너뜨리는 함정

이 모든 메커니즘(개수급, 토너먼트, 효율 임금, 이연 보상)은 너무 깊이 박혀 있어 놓치기 쉬운 공통 가정을 공유한다. 일에는 측정 가능한 단일 차원이 있다.

영업사원에게는 매출이 있다. 공장 노동자에게는 위젯이 있다. 소작농에게는 부셸이 있다. CEO에게는 주가가 있다.

그런데 일에 측정할 수 있는 부분과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 함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홀름스트룀과 밀그롬의 1991년 논문이 인센티브 계약 이론의 토대를 뒤흔들었다. 대리인이 여러 과업을 수행하고 그중 일부만 측정할 수 있다면, 측정 가능한 차원에 건 강한 인센티브가 측정하기 어려운 과업에 쓸 노력을 잠식한다는 결과였다. 시험 점수로 보상받는 교사는 시험에 맞춰 가르친다. 생존율로 평가받는 외과의는 위험한 환자를 피한다. 체포 건수로 평가받는 경찰관은 공공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체포를 한다. 공격적인 계좌 개설 목표를 받은 은행 직원은 수백만 개의 무단 계좌를 만든다.

이 분야를 충격에 빠뜨린 결과는 이것이었다. 한 과업이 충분히 측정하기 어렵다면, 측정 가능한 과업에 대한 최적 인센티브는 0으로 떨어진다. 가장 이빨 빠진 인센티브 체계처럼 보이는 고정 급여가 최적이 된다. 동기부여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센티브가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것보다 나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홀름스트룀은 나중에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다중 과업에 관한 통찰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기여였을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정보성 원리보다 더 중요했을 수도 있다. 이 통찰은 현실의 조직이 왜 강한 성과연동 보상보다 관료적 규칙과 고정급, 직무 설계에 크게 의존하는지 설명했다. ‘그냥 제대로 돈을 주면 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인센티브로 문제를 완전히 풀 수 없다면, 어쩌면 지켜보는 것을 시도해야 할지도 모른다.


2장: “그냥 지켜보면 되잖아”

감시, 감사, 이사회, 그리고 감시자를 누가 감시하는가의 무한 회귀

무기고의 두 번째 무기는 직접 관찰이다. 대리인의 인센티브를 완벽히 정렬할 수 없다면, 그들이 속일 때 잡아낼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서 행동을 관찰하면 될지도 모른다.

감시자의 계층 구조

이론적 토대는 1972년 아먼 알치안과 해럴드 뎀세츠가 놓았다. 팀 생산에 관한 논문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개인의 기여를 분리하기 어려운 팀에서 무임승차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답은 다른 모든 사람을 지켜보는 일을 맡은 **감시자(monitor)**를 두는 것이었다. 감시자의 이해관계를 맞추려면 그를 잔여 청구권자(residual claimant), 곧 다른 사람에게 모두 지급하고 남은 몫을 가져가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고전적 기업가의 경제적 근거는 비전가나 위험 감수자가 아니라, 일을 게을리하는 사람을 찾아냄으로써 자기 몫을 하는 전문 감시자라는 데 있었다.

하지만 논문 자체의 논리는 조직 이론을 그 이후 계속 괴롭혀온 문제를 즉시 드러낸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모든 대리인이 감시를 필요로 하고 감시자 역시 대리인이라면, 감시자를 위한 감시자가 필요하고, 그 감시자를 위한 또 다른 감시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무한히 이어지거나, 검증 없이 신뢰받는 누군가에서 멈춘다.

이사회: 꼭대기의 감시자들

기업 맥락에서 유진 파마와 마이클 젠슨의 1983년 논문 〈소유와 통제의 분리〉는 이사회가 이런 최상위 감시 장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두 사람은 결정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의사결정 관리(decision management)**와 그 결정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의사결정 통제(decision control)**를 구분했다. 전자는 경영자에게, 후자는 이사회에 맡긴다. 이사회는 분산된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독할 전문성과 인센티브를 지닌 독립적인 소규모 집단으로서 감시의 무한 퇴행을 끊는다.

이론은 우아하지만 현실은 지저분하다. 벤저민 허멀린과 마이클 와이스바흐는 일련의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이사회 구성이 **내생적(endogenous)**임을 보였다. 최고경영자가 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치므로 감시받는 사람이 감시자를 고르는 순환 구조가 생긴다. 힘 있는 최고경영자는 자기 편으로 이사회를 채운다. 이사회의 독립성은 성과가 나쁠 때, 곧 감시가 가장 절실할 때 높아진다. 이사회가 예방적이라기보다 사후 대응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감사: 비용이 드는 상태 검증

로버트 타운젠드의 1979년 논문은 **비용이 드는 상태 검증(costly state verification)**으로 감사를 정식화했다. 주인은 대리인의 보고를 확인하는 데 고정 비용을 치르되, 보고가 의심스러울 때만 검증한다. 보통 보고된 성과가 낮을 때다. 이 구조는 부채와 같은 계약을 낳는다. 대리인은 상환 불능을 주장하지 않는 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고, 갚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 감사가 시작된다. 이 모형은 부채 계약과 외부 감사의 구조를 함께 설명한다.

제도적으로는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설립된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감독 아래 딜로이트, PwC, EY, KPMG 등 대형 회계법인이 수행하는 외부 감사가 가장 광범위한 감시 기반을 이룬다. 그러나 감사 관계 자체도 대리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감사인이 감사 대상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기 때문이다. 엔론과 월드컴 사태가 극명하게 드러낸 이해상충이다.

내부고발자: 내부에서 나오는 분산 감시

외부 감시자가 포섭되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조직 내부의 감시자는 어떨까?

*저널 오브 파이낸스(Journal of Finance)*에 실린 알렉산더 딕, 어데어 모스, 루이지 징갈레스의 2010년 논문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기업 사기를 실제로 발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답은 인상적이었다. 직원은 기업 사기를 가장 많이 적발한 단일 집단이었고 감사인, 규제기관, 분석가, 언론보다 효과적이었다. 이 발견은 내부고발자 보호에 강력한 실증적 근거를 제공했다.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의 퀴탐 조항은 시민이 정부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고, 사베인스-옥슬리법 806조는 기업 내부고발자를 보호한다. 도드-프랭크법 922조는 제재금이 100만 달러를 넘으면 그중 10~30%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포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내부고발자 제도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제보자에게 17억 달러 이상을 지급했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제재와 환수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내부고발자는 법적 보호가 있어도 경력 단절과 사회적 배척, 심리적 외상 같은 심각한 개인적 비용을 치른다. 내부고발을 결심하는 일에는 여전히 큰 희생이 따르므로 많은 사기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다.

투명성의 역설

현대 기술은 감시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 고용주는 키 입력을 기록하고, GPS 위치를 추적하고, 이메일을 감시하고, 영상을 녹화하고, 산출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감시가 곧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이선 번스타인의 투명성 연구는 2012년 애드미니스트레이티브 사이언스 쿼털리에 실렸다. 커튼으로 관찰에서 보호된 공장 노동자가 계속 관찰받는 노동자보다 훨씬 생산적이라는 결과였다. 관찰받지 않을 여지가 실험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실패할 수 있지만 때로 돌파구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감시는 노동자를 실패 위험이 낮은 익숙한 방식에 가뒀다. 번스타인은 이를 **투명성의 역설(transparency paradox)**이라고 불렀다. 태만을 줄이기 위한 관찰이 혁신까지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교훈은 이렇다. 감시는 하나의 대리인 문제(숨겨진 태만)를 다루지만, 잠재적으로 또 다른 문제(숨겨진 순응주의)를 만든다. 당신은 바빠 보이는 대리인을 얻지만, 가치를 만드는 창의적 위험 감수는 멈춘다.

대리인을 지켜보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어쩌면 문제는 그들을 관찰하는 데 있지 않고, 회사 밖의 힘으로 그들을 위협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3장: “시장이 벌하게 두면 되잖아”

적대적 인수, 경력 우려, 평판, 그리고 경영자들이 쌓는 벽

1985년 소련 공작기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소련의 명령경제는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인센티브 계약 실험을 운영했고, 잘못된 것을 측정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데이터셋을 만들었다. 못 공장은 톤 단위 할당량을 맞췄다. 거대한 못 하나를 만들었다. 직물 공장은 길이 할당량을 맞췄다. 쓸 수 없을 만큼 얇은 천을 짰다.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세 번째 종류의 해법은 계약과 감시자를 완전히 우회하고, 대신 외부의 경쟁 압력에 의존해 대리인을 규율한다.

기업 지배권 시장

헨리 맨의 1965년 논문 〈합병과 기업 지배권 시장〉은 기업지배구조에서 가장 강력한 개념 가운데 하나를 제시했다. 경영진이 자원을 낭비하고 치적용 사업에 매달리며 태만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면 주가는 잠재 가치 아래로 떨어진다. 인수자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경영진을 교체하고 가치의 격차를 실현할 수 있다. 적대적 인수의 위협은 실제 인수가 없어도 경영자를 규율한다. 자리를 지키려는 경영자는 주가를 높게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대체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마이클 젠슨의 유명한 1986년 논문 〈잉여현금흐름의 대리인 비용〉은 논의를 더 밀어붙였다. 수익성 있는 투자에 필요한 금액보다 많은 현금을 쥔 경영자는 제국 확장에 그 돈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한 인수와 과잉 확장, 경영자의 치적용 사업이 그 예다. **레버리지(leverage)**는 현금흐름을 부채 상환에 묶어 경영자가 탕진할 몫을 줄인다. 차입매수와 사모펀드(private equity)는 이 논리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회사에 대규모 부채를 지우고 경영진에게 상당한 지분을 주어, 부채와 소유의 이중 압력이 이사회와 감시자가 하지 못한 일을 하게 만든다.

젠슨은 도발적인 198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글 〈상장기업의 쇠퇴〉에서 차입매수가 상장기업을 대신해 지배적인 조직 형태가 되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역사는 그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정크본드 시장이 무너진 뒤 차입매수 열풍은 잦아들었다. 다만 부채가 규율 장치라는 근본 통찰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1980년대 무렵의 칼 아이컨.

기업 지배권 시장 이론이 현실에 나타난 모습. 아이컨에게 필요했던 것은 합병 계약서나 이사회 결의가 아니라 인쇄기와 편지 한 통이었다. 인수 위협만으로도 미국 상장기업의 행동 방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위키미디어 공용, CC0)

방어벽이 세워진다

경영자가 자리에서 쫓겨날 위협을 반길 리 없다. 인수 물결에 맞서 기업은 **인수 방어 장치(anti-takeover defenses)**를 확산시켰다. 적대적 인수자의 지분을 희석하는 포이즌 필, 한 번의 선거로 전체 이사회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시차임기 이사회, 초다수결 요건, 인수 비용을 높이면서도 현 경영진이 인수를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넉넉한 퇴직금인 골든 패러슈트가 그 예다.

폴 곰퍼스, 조이 이시이, 앤드루 메트릭은 그 영향을 측정했다. 이들은 24개 인수 방어 조항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지수(Governance Index)**를 만들었다. 방어 장치가 적고 주주권이 강한 기업이 1990년대에 더 높은 위험조정수익률을 냈다. 시장의 규율에서 보호받으며 자리를 굳힌 경영진은 주주가치를 파괴하는 듯했다. 이 결과는 지배구조 평가와 이를 활용한 지수투자라는 파생 산업을 낳았다.

경력 우려: 보이지 않는 인센티브

시장은 더 미묘한 통로로도 대리인을 규율한다. 노동시장이다.

현재의 성과가 미래 고용주의 능력 평가를 좌우한다면 유능해 보이고 싶은 욕구 자체가 인센티브가 된다. 명시적인 보너스가 전혀 없어도 마찬가지다. 홀름스트룀은 1982년에 처음 회람하고 1999년에 출간한 논문에서 이 모형을 정식화했다. 노동자의 성과는 능력과 노력, 운에 달려 있다. 노동시장은 성과를 보고 능력에 관한 평가를 갱신한다. 오늘의 높은 성과는 내일의 더 높은 임금 제안으로 이어진다.

이런 **경력 평판에 대한 우려(career concerns)**는 경력 초기에 가장 강하다. 노동시장이 아직 그 사람의 능력 수준을 파악하는 중이고, 새로운 성과 하나가 평가를 크게 바꾸기 때문이다. 평가가 굳어질수록 암묵적 인센티브는 약해진다. 로펌의 젊은 변호사가 명시적 보너스 없이도 고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신진 학자가 정년보장 심사 전까지 앞다퉈 논문을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은퇴가 가까운 노동자에게는 명시적 인센티브가 더 중요해진다. 앞으로 쌓아 갈 경력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버트 기번스와 케빈 머피는 명시적 인센티브와 암묵적 인센티브가 서로 대체재임을 보였다. 경력 평판에 대한 우려가 강할수록 최적 계약의 명시적 인센티브는 약해진다. 그러나 이 효과는 자기 능력에 관한 나쁜 신호를 드러낼 위험이 있는 사업을 피하는 단기주의와, 눈에 띄지 않는 관습적 전략을 택하는 순응주의를 낳을 수 있다.

평판: 포크 정리의 약속과 한계

넓게 보면 반복되는 상호작용은 평판 인센티브를 만든다. 제임스 프리드먼이 1971년에 발전시키고 드루 퓨든버그와 에릭 매스킨이 1986년에 일반화한 반복게임의 포크 정리(folk theorem)는 사람들이 무기한 관계를 이어 가고 충분히 인내한다면 협력이 균형으로 유지될 수 있음을 보인다. 대리인은 미래에도 협력의 이익을 누리려고 오늘 신뢰를 지킨다. 정비공은 반복 거래를 원하기 때문에 고객을 속이지 않고, 공급업자는 내년 계약을 원하기 때문에 제때 납품한다.

그러나 평판 장치에는 반복 상호작용, 인내심, 관찰 가능성이 필요하다. 일회성 거래, 은퇴가 가까운 임원처럼 미래를 짧게 보는 대리인, 복잡한 금융상품처럼 불투명한 환경은 평판의 규율을 약화한다. 크리스천 노스코와 스티븐 타델리스가 이베이 연구에서 보였듯이 평판 제도에는 평점 인플레이션도 생긴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점은 좋은 상품과 훌륭한 상품, 평범한 상품과 좋은 상품을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 판매자의 98%가 별 다섯 개라면 그 신호에는 정보가 없다.

시장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리인은 인수에 맞서 방어벽을 세우고, 평판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외부에 비치는 자신의 능력을 지키려고 단기적으로 행동한다. 더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할지 모른다. 외부의 위협을 늘리기보다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결정하는지, 곧 내부 구조를 바꾸는 해법이다.


4장: “그들이 소유하게 만들면 되잖아”

지분, 잔여 청구권, 프랜차이즈, 그리고 소유가 문제의 일부라는 불편한 발견

대리인의 이해관계를 주인의 이해관계와 정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대리인을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영자가 소유자이기도 하다면 갈등은 사라진다.

잔여 청구권의 논리

이 통찰은 젠슨과 메클링의 1976년 분석틀에 암묵적으로 들어 있다. 경영자가 회사 지분을 전부 소유하면 대리인 비용은 없다. 지분을 팔아 소유권이 분산될수록 대리인 비용은 커진다. 따라서 원칙적인 해법은 대리인에게 다시 소유 지분을 주는 것이다. 스톡옵션, 제한주식, 지분 기반 보상, 종업원주식소유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프랜차이즈에서는 이 논리가 특히 선명하다. 프랜신 라퐁텐의 프랜차이즈 계약 실증 연구는 본사가 가져가는 로열티와 운영자에게 잔여 청구권을 주는 가맹점 소유권 사이의 균형이 대리인 관계의 상충관계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보였다. 감시가 쉬운 도심이나 본사 근처에서는 직영점을 두고, 운영자의 현지 노력을 관찰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가맹점을 둔다. 프랜차이즈 계약은 감시가 어려운 바로 그곳에서 소유권을 위임한다.

마틴 와이츠먼의 《공유경제》(1984)는 이익공유를 인센티브이자 거시경제 안정 장치로 옹호했다. 종업원주식소유제도(ESOP)는 그 논리를 광범위한 지분 소유로 확장한다. 논리는 명확하다. 노동자가 이익을 나누면 태만의 비용도 스스로 부담한다.

1/N 문제

그러나 산술 문제가 있다. 팀 생산에서 모든 노동자를 잔여 청구권자로 만들면 인센티브는 노동자 수만큼 나뉜다. 홀름스트룀의 1982년 논문 〈팀의 도덕적 해이〉는 이를 정식화했다. N명이 이익을 똑같이 나누면 각 노동자는 자기 추가 노력의 가치 가운데 1/N만 가져간다. N이 커질수록 개인의 인센티브는 0에 가까워진다. 가장 순수한 형태의 **무임승차 문제(free-rider problem)**다. 홀름스트룀은 팀에서 효율적인 노력을 끌어내려면 **예산 제약을 깨는 제3자(budget breaker)**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산출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팀을 처벌하고, 전체 산출보다 적은 몫만 팀에 배분할 수 있는 외부 집행 주체다. 이런 주체가 없으면 팀 기반 잔여 청구권만으로 도덕적 해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소유가 문제가 될 때

지분 기반 보상에 대한 가장 뼈아픈 비판은 뤼시앙 베브추크와 제시 프리드에게서 나왔다. 두 사람의 2004년 책 《성과 없는 보상》과 2003년 논문은 임원 보상이 대리인 문제의 해법인 동시에 문제 자체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힘 있는 최고경영자는 자신에게 포섭된 이사회를 통해 보수에 영향을 미치고, 성과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보상안을 만든다. 주가가 떨어진 뒤 옵션 행사가를 낮추는 리프라이싱, 좋은 소식이 나오기 직전에 옵션을 주는 스프링 로딩, 골든 패러슈트는 인센티브 제도의 우연한 결함이 아니라 경영진의 지대 추출을 위해 실제로 작동하는 장치다.

마리안 베르트랑과 센딜 멀레이너선은 현실에서 홀름스트룀의 정보성 원리가 뚜렷하게 위반되는 사례를 보였다. 최고경영자는 유가나 환율로 업계 전체의 이익이 늘어난 경우처럼 경영 노력과 무관한 요인 덕분에 체계적으로 보상받았다. 정확한 통계적 의미에서 운에 대해 보수받은 셈이다. 이런 보상은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에 집중됐다. 정보성 원리는 옳았지만 정작 그 원리가 가장 필요한 기업들이 무시하고 있었다.

교훈은 냉정했다. 소유 기반 인센티브의 성패는 이를 구현하는 지배구조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대리인이 자기 보상 설계를 통제하면 도구는 잘못된 방향을 겨누는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답은 계약이나 감시, 시장, 소유 자체보다 조직 구조에 있을지 모른다.


5장: “조직 자체를 설계하면 되잖아”

거래비용, 재산권, 권한, 그리고 기업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라는 질문

계약이나 감시로 대리인 문제를 완전히 풀 수 없다면, 구조를 다시 설계함으로써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어떤 과업을 함께 묶는지, 기업의 경계가 어디에 놓이는지, 누가 무엇에 대한 권한을 갖는지를 바꾸는 것이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윌리엄슨의 답

로널드 코스는 1937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왜 기업이 존재하는가? 왜 모든 일을 시장에서 계약하지 않는가?

올리버 윌리엄슨은 평생 이 질문에 답했다. 그의 **거래비용 경제학(transaction cost economics)**은 세 변수 위에 선다. **자산 특수성(asset specificity)**은 투자가 특정 관계에 얼마나 맞춰져 있는지, **불확실성(uncertainty)**은 미래 조건을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지, **빈도(frequency)**는 거래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를 뜻한다. 자산 특수성이 높으면 시장 거래는 위험해진다. 한 고객에게 맞춰 공장을 지은 뒤에는 그 고객이 재협상 과정에서 공급자를 압박할 수 있다. 이것이 **홀드업 문제(hold-up problem)**다. 거래를 기업 내부로 가져오는 수직 통합은 관료제 운영 비용을 치르는 대신 이 위험을 줄인다.

실증 결과는 놀랄 만큼 정확히 이론과 일치했다. 커크 몬테베르데와 데이비드 티스는 자동차 제조사가 자산 특수성이 높은 부품일수록 생산을 수직 통합하는 경향을 보였다. 폴 조스코도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같은 유형을 발견했다. 특정 탄광 근처의 발전소처럼 자산 특수성이 높은 경우 현물시장보다 장기 계약이나 수직 통합을 택했다.

하트의 혁명: 재산권과 잔여 통제

그러나 윌리엄슨의 분석틀은 질문 하나를 남겼다. 기업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거래를 ‘통합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올리버 하트와 샌퍼드 그로스먼은 1986년의 기념비적 논문에서 이 질문에 답했다. 하트는 이후 존 무어와 함께(1990) 그 답을 확장했다. 핵심 개념은 잔여 통제권(residual rights of control), 곧 계약이 다루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권리다. 모든 우발 상황을 예상할 수 없어 계약이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면, 자산 소유권은 미래의 재협상에서 협상력을 준다. 이는 **사전 투자 인센티브(ex ante investment incentives)**를 결정한다. 관계 특수적 투자가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핵심 자산을 소유해야 한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대상 기업 자산의 잔여 통제권을 얻는 일이다.

하트의 《기업, 계약, 금융 구조》(1995)는 이 분석틀을 확장해 기업의 경계와 의사결정권 배분, 금융계약 구조를 계약 불완전성에 대한 대응으로 설명했다. 이 연구로 하트는 홀름스트룀과 함께 201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형식적 권한과 실제 권한

주어진 조직 안에서도 누가 실제로 결정을 통제하는가라는 질문은 미묘하다. 필리프 아기옹과 장 티롤의 1997년 논문은 위계가 부여한 결정권인 **형식적 권한(formal authority)**과 정보를 가진 사람이 행사하는 실효적 통제인 **실질적 권한(real authority)**을 구분했다. 형식적 권한은 주인에게 있어도 정보가 없으면 실질적인 권한은 정보를 가진 부하에게 넘어간다. 논문의 핵심 예측은 이렇다. 대리인에게 형식적 권한을 위임하면 총잉여가 늘 수 있다. 결정을 통제하는 대리인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더 많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주인은 일부 통제를 내주는 대신 대리인의 자율성과 정보 획득 노력을 얻는다.

이것은 똑똑한 관리자들이 왜 위임하는지 설명한다. 그것은 약함이나 게으름이 아니다. 정보 없는 주인에게 권한을 중앙집중화하는 것이, 이해관계가 부분적으로 어긋나더라도 정보 있는 대리인에게 위임하는 것보다 나쁜 결정을 만든다는 합리적 인식이다.

인센티브 도구로서의 직무 설계

홀름스트룀과 밀그롬의 1991년 다중 과업 논문은 다차원 직무에서 강한 인센티브가 위험하다는 데서 더 나아갔다. 직무 자체의 설계도 인센티브 도구임을 보였다. 과업마다 측정하기 쉬운 정도가 다르면 과업을 분리해 서로 다른 직무로 배치할 수 있다. 쉽게 측정되는 과업은 성과급 노동자에게, 측정하기 어려운 과업은 고정급 노동자에게 맡긴다. 한 사람이 이론상 두 일을 모두 할 수 있어도 영업과 고객 서비스를 서로 다른 역할로 나누는 식이다. 조직도는 행정 편의를 넘어 다중 과업 대리인 문제를 푸는 장치다.

하지만 조직 설계도, 다른 모든 해법처럼, 한계가 있다. 그것은 사전에 명시할 수 있는 것의 경계 안에서 작동한다. 그 경계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상황이 진짜로 전례 없고, 어떤 계약도, 어떤 위계도, 어떤 직무기술서도 누구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6장: “관계에 맡기면 되잖아”

관계적 계약, 신뢰, 문화, 선물 교환, 그리고 비공식의 깨지기 쉬운 마법

주인과 대리인의 이해관계를 정렬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들 중 일부는 결코 글로 쓰이지 않는다.

관계적 계약: 법원이 집행할 수 없는 거래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실린 조지 베이커, 로버트 기번스, 케빈 머피의 2002년 논문은 실무자가 늘 알던 사실을 정식화했다. 조직에서 중요한 합의 가운데 상당수는 비공식적이다. 재량 보너스, 승진 규범, 악수 한 번으로 맺고 이어 가는 공급업체 관계,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기대가 그 예다. 이런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s)**은 법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의 가치로 집행된다. 어느 한쪽이 약속을 어기면 관계가 깨지고 양쪽 모두 미래의 협력에서 얻을 이익을 잃는다는 암묵적 이해가 작동한다.

핵심 제약은 **자기집행(self-enforcement)**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약속을 깰 유혹보다 관계의 장기 가치가 커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인내심이 있고, 자주 만나며, 서로의 행동을 볼 수 있을 때 관계적 계약이 가장 잘 작동한다. 경기침체로 앞으로 이어질 관계의 가치가 작아 보일 때, 새 경영자가 전임자의 암묵적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단기 생존이 장기 관계보다 급해진 조직 위기에는 무너지기 쉽다.

미국경제학회지에 실린 조너선 레빈의 2003년 논문은 일반적인 분석틀을 제시하고, 최적의 관계적 계약이 서로 다른 정보 구조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였다. 이 이론은 대부분의 고용 관계가 법원에서 집행할 수 있는 성과 계약보다 암묵적 이해와 주관적 평가, 재량 보너스에 더 많이 의존하는 까닭을 설명한다.

선물 교환과 호혜성의 경제

조지 애컬로프의 1982년 논문 〈부분적 선물 교환으로서의 노동계약〉은 표준 경제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던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용 관계에는 **호혜적 선물 교환(reciprocal gift-giving)**이 들어 있다. 기업은 계약상 의무 때문이 아니라 선물의 의미로 시장보다 높은 임금을 주고, 노동자는 해고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상호 의무감을 느껴 계약상 최저 수준보다 더 노력한다.

집단 규범과 정체성이라는 사회학적 개념의 영향을 받은 이 모형은 표준 이론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을 다룬다. 생산성 차이만으로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는 임금 압축, 노동시장이 느슨한 불황에도 기업이 임금 삭감을 꺼리는 사기(士氣) 효과, 노동자가 절대적인 보수뿐 아니라 동료와 비교한 공정성에도 민감하다는 관찰이 여기에 포함된다.

에른스트 페어와 지몬 게히터의 실험 연구는 사람들이 무임승차자를 처벌하려고 실제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보였다. 개인에게는 비합리적으로 보여도 사회적으로는 강력한 행동이다. 이런 **이타적 처벌(altruistic punishment)**은 낯선 사람 사이에서도 협력을 유지하며, 계약에 명시되지 않고 어떤 법원도 관장하지 않는 분산형 집행 장치로 작동한다.

조직 문화: 불완전 계약을 내부에서 풀기

데이비드 크렙스의 영향력 있는 1990년 글 〈기업 문화와 경제 이론〉은 문화를 불완전 계약 문제의 해법으로 다시 설명했다. 계약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 조직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정하는가? 크렙스는 문화가 ‘여기서는 일을 이렇게 처리한다’는 공유된 이해인 **초점 원칙(focal principles)**을 제공해 계약에 규정되지 않은 상황의 행동을 이끈다고 주장했다. 직원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알려진 기업은 명시적 계약보다 암묵적 계약을 받아들일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약속을 지킨다는 평판이 있는 기업은 다른 기업이 맺기 어려운 관계적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문화는 막연하거나 구속력이 약한 요소가 아니다. **지배구조 기술(governance technology)**이다. 정식 계약이 작동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합의의 범위를 넓히는 장치다.

정체성: 대리인이 주인이 될 때

대리인 비용은 대리인이 주인의 목표를 내면화할 때 가장 크게 줄어든다. 직원이 조직을 위하는 척하는 수준을 넘어 조직을 진심으로 위할 때다.

조지 애컬로프와 레이철 크랜턴의 정체성 경제학 연구(2000, 2005)는 이를 정식 모형에 담았다. 대리인이 자신을 ‘해병대원’, ‘맥킨지 컨설턴트’, ‘구글러’로 여기며 조직과 동일시하면 보너스보다 정체성 때문에 노력한다. 태만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한 감각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조직이 사회화와 의례, 제복, 사명 선언문, 입문 교육에 투자하는 까닭도 이런 장치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주인과 대리인의 선호 차이를 줄이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내재적 동기를 만드는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제시했다. 자기 일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자율성(autonomy), 자신이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유능감(competence),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성(relatedness)**이다. 이 세 욕구가 충족되면 대리인은 외부 인센티브가 없어도 좋은 성과를 낸다. 감시나 돈 때문이 아니라 일 자체에서 보상을 얻기 때문이다.

비공식의 취약성

그러나 여기서 어두운 면이 드러난다. 관계적 계약과 선물 교환, 문화, 정체성, 내재적 동기에는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그것들은 형식화하면 파괴될 수 있다.


7장: “그런데 형식화하면 망가지잖아”

동기 구축 효과, 그니지-루스티치니 퍼즐, 그리고 역효과를 내는 인센티브

대리인 문헌 전체에서 가장 반직관적인 발견은 이것이다. 때로는 인센티브를 추가하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모든 것을 바꾼 어린이집 실험

우리 그니지와 알도 루스티치니는 2000년에 결론을 제목에 담은 논문 〈충분히 지불하라. 아니면 아예 지불하지 마라〉를 발표했다. 부모가 아이를 자주 늦게 데리러 와 교직원을 기다리게 하던 이스라엘 어린이집을 연구한 논문이다. 직관적인 해법은 늦은 하원에 벌금을 매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늦은 하원은 오히려 늘었다. 그것도 크게 늘었다. 나중에 벌금을 없애도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벌금 전에는 늦은 픽업이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의 지배를 받았다. 부모들은 교사를 기다리게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벌금은 도덕적 의무를 시장 거래로 대체했다. 부모들은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서비스를 구매한다고 느꼈다. 벌금은 도덕 규범 위에 비용을 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대체했다. 그리고 한 번 상품화된 도덕 규범은 가격이 사라져도 쉽게 재구성되지 않는다.

동기 구축 효과의 이론

롤랑 베나부와 장 티롤은 이 현상을 2003년과 2006년의 기념비적 논문에서 정식화했다. 주인이 외적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대리인은 그 인센티브를 보고 과업의 성격과 자신에 대한 주인의 신뢰를 유추한다. 보상이 크면 일이 그만큼 불쾌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감시가 촘촘하면 주인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이런 추론은 내재적 동기를 약화하며, 때로는 외적 인센티브가 더한 동기보다 더 큰 동기를 빼앗는다.

아르민 팔크와 미하엘 코스펠트는 이를 실험으로 보였다. 주인이 대리인에게 최소 노력 요건을 부과하자, 총노력은 최솟값을 정하지 않았을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통제 장치가 불신을 전달했고 대리인은 제약 자체보다 그 불신에 반응했다.

인센티브 설계에 대한 함의

**동기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에 관한 연구가 인센티브는 언제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동기 체계가 이미 자리 잡았는지에 따라 최적의 인센티브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돈과 시장 규범이 주된 동력인 성과급 제조나 판매 수수료 영업에서는 더 강한 인센티브가 도움이 된다. 전문성이나 소명, 정체성, 도덕적 헌신이 주된 동력인 의료·교육·연구·자원봉사에서는 강한 외적 인센티브가 기존의 동기를 침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정급이 최적일 수 있다는 홀름스트룀과 밀그롬의 발견은 행동경제학에서도 힘을 얻는다. 고정급은 다중 과업 문제뿐 아니라 동기의 측면에서도 최적일 수 있다. 강한 외적 인센티브가 밀어낼 내재적 몰입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리인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숨기는지, 주인이 무엇을 배우는지의 문제에는 또 다른 도구 묶음이 필요하다.


8장: “그들이 접하고 전하는 정보를 통제하면 되잖아”

비용 없는 의사소통, 신호 보내기, 베이지안 설득, 그리고 전략적 정보의 어두운 기술

대리인 문제의 상당 부분은 정보 문제다. 대리인은 주인이 모르는 것을 안다. 무기고의 한 갈래 전체가 주인과 대리인 사이의 정보 흐름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용 없는 의사소통: 말에 비용이 없고 일부만 믿을 만할 때

빈센트 크로퍼드와 조엘 소벨의 1982년 논문 〈전략적 정보 전달〉은 비용 없는 의사소통(cheap talk) 이론을 세웠다. 정보를 가진 발신자가 정보 없는 수신자에게 보내는, 비용도 구속력도 없는 메시지다. 핵심 결과는 전달되는 메시지가 제한된 정보만 담는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발신자는 정밀한 정보를 믿을 만하게 전할 수 없다. 균형에서는 정확한 값보다 거친 범위만 전달한다. ‘프로젝트 수익률은 7.3%일 겁니다’가 아니라 ‘프로젝트는 잘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의사소통의 품질은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가까운지에 달려 있다. 이해관계가 거의 같으면 정보도 정확히 전달된다. 이해관계가 멀어질수록 전달되는 정보는 더 뭉뚱그려지고 모호해지며 전략적으로 포장된다. 이 모형은 조직의 구성원이 직관적으로 아는 사실을 정식화한다. 부하는 상사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 상사의 선호가 현실과 멀어질수록 왜곡도 커진다.

바우터르 데센의 2002년 논문은 이를 확장해,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에 의사소통이 심하게 왜곡되면 위임이 의사소통보다 낫다는 사실을 보였다. 왜곡된 정보를 받아 주인이 직접 결정하기보다 정보를 가진 대리인에게 결정을 맡기는 편이 낫다. 이는 형식적 권한과 실질적 권한을 구분한 아기옹과 티롤의 통찰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비용이 드는 신호: 믿을 만할 만큼 비싸게 만들기

비용 없는 의사소통이 실패해도 **비용이 드는 신호(costly signals)**는 성공할 수 있다. 마이클 스펜스의 1973년 노동시장 신호 모형은 교육이 능력을 키우는 수단을 넘어 잠재 능력을 드러내는 믿을 만한 신호로 쓰일 수 있음을 보였다.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교육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능력이 높은 노동자는 교육을 덜 부담스럽게 느끼므로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한다. 신호 비용과 신호가 나타내는 품질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단일교차 조건(single-crossing condition) 덕분에 신호가 작동한다.

응용 범위는 교육보다 훨씬 넓다. 보증 정책은 제품의 품질을 알린다. 결함이 많은 제품에는 보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배당은 기업의 품질을 알린다. 수익성 있는 기업만 배당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의 실사(due diligence)는 투자 대상의 질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탄탄한 스타트업만 엄격한 검토를 통과한다. 규제기관의 승인은 효과가 있는 약만 임상시험을 통과한다는 점에서 의약품 안전성의 신호가 된다.

베이지안 설득: 정보 환경을 설계하기

이 분야의 최근 혁명은 에미르 카메니차와 매슈 겐츠코의 2011년 논문 〈베이지안 설득〉에서 시작됐다. 미국경제학회지에 실린 이 논문은 고전적인 질문을 뒤집었다. ‘대리인은 자신의 사적 정보를 어떻게 드러내는가?’ 대신 이렇게 물었다. 주인은 대리인이 받을 정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검사가 어떤 증거를 제시할지 고르고, 규제기관이 검사 보고서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정하며, 언론사가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전할지 결정하는 일이 그 예다. 발신자는 수신자의 사후 신념과 그에 따른 행동에 영향을 주려고 *신호 구조(signal structure)*를 설계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진실 가운데 무엇을 드러낼지 선택한다.

수학적으로는 수신자의 신념에 대한 발신자 가치 함수의 **오목화(concavification)**로 결과를 구한다. 가능한 신호를 섞어 발신자에게 가장 유리한 오목한 가치 함수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분석틀은 규제 공시와 채점 정책, 플랫폼 설계에 적용되어 왔다.

잘못된 종류의 투명성

안드레아 프라트의 2005년 논문 〈잘못된 종류의 투명성〉은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결과가 아니라 대리인의 행동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순응주의(conformism)**를 부추겨 사회적 후생이 줄 수 있다. 모든 거래가 고객에게 보이는 펀드매니저는 사후 비판을 피하려고 수익성 있는 비관습적 포지션도 피한다. 의사결정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관료 역시 비판받을 만한 혁신 정책을 꺼린다. 행동의 투명성은 안전하고 관습적인 선택 쪽으로 편향을 만든다.

교훈은 이렇다. 모든 정보 흐름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 투명해지는 정보의 종류(행동 대 결과, 과정 대 성과)가 투명성이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결국 대리인 문제의 많은 해법에는 국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의무를 정하고 공시를 강제하며 위반을 처벌하는 법적 틀이다.


9장: “법에 명시하면 되잖아”

수탁자 의무, 증권 규제, 사베인스-옥슬리법, 그리고 규제자는 누가 규제하는가의 문제

법과 규제 체계는 무기고에서 가장 무거운 무기다. 처벌의 위협으로 대리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국가 권력으로 뒷받침되는 명령이다.

수탁자 의무: 법적 중추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는 정보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주의 의무와 자기거래와 이해상충을 금지하는 충실 의무로 이뤄진다. 대리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법의 핵심 장치다. 미국 회사법의 중심지인 델라웨어주는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을 적용한다. 원고가 반대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이사의 결정이 선의로 내려졌다고 본다. 이 원칙은 이사를 결과론적 판단에서 보호하는 한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최소 기준을 유지한다.

프랭크 이스터브룩과 대니얼 피셸의 《회사법의 경제 구조》(1991)은 수탁자 의무를 불완전한 기업 계약의 **빈틈을 메우는 기본 규칙(gap-filling defaults)**으로 분석했다. 계약에 명시가 없을 때 적용되어, 당사자가 모든 우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도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규제 체계

주요 지배구조 개혁은 대형 스캔들에 대응해 제정됐고, 각각의 사건은 특정한 실패 양상을 드러냈다.

영국의 캐드버리 보고서(The Cadbury Report)(1992)는 대형 기업 부실 사태 뒤 기업지배구조 규범에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 방식을 도입했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나누고, 독립 이사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며, 이사회가 정기적으로 자체 평가를 하도록 권고했다.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2002)은 엔론과 월드컴 사태 뒤 제정되어 역사상 가장 엄격한 지배구조 요건 몇 가지를 도입했다.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의 재무제표 인증(302조), 의무적인 내부통제 평가(404조), 감사 감독을 맡는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 설립, 증권사기 형사처벌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가 여기에 포함됐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이 법은 재무보고 오류를 줄였지만 소규모 기업에 상당한 비용을 안겨 적절한 규제 수준을 둘러싼 논쟁을 낳았다.

미국의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2010)은 금융위기 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투표(say-on-pay), 내부고발자 포상금, 성과보수 환수(clawback) 의무, 자기자본거래를 제한하는 볼커 규칙을 추가했다.

라포르타, 로페스데실라네스, 슐라이퍼, 비슈니의 국가 간 연구, 이른바 LLSV 논문들은 **법적 기원(legal origin)**이 투자자 보호 수준을 가늠하는 강력한 예측 요인임을 보였다. 한 나라의 법체계가 영국 보통법과 프랑스 민법 가운데 어디에서 유래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통법 국가는 더 강한 주주권과 더 발달한 자본시장을 제공했다.

규제 설계: 피규제 기업을 위한 계약 메뉴

주인-대리인 분석틀은 기업 내부뿐 아니라 기업과 규제기관 사이에도 적용된다. 장자크 라퐁과 장 티롤의 기념비적 연구(《조달과 규제의 인센티브 이론》, 1993)와 데이비드 배런과 로저 마이어슨의 1982년 논문은 자연독점 규제에 메커니즘 설계를 적용했다. 규제기관인 주인은 기업이라는 대리인의 실제 비용을 관찰할 수 없다. 따라서 비용 보전과 인센티브 강도의 상충관계를 반영한 **계약 선택지(menu of contracts)**를 제공한다. 인센티브가 강한 가격상한 계약은 비용 절감에 보상하지만 기업에 위험을 지운다. 인센티브가 약한 비용가산 계약(cost-plus)은 위험을 줄이는 대신 비용을 절감할 유인을 약화한다.

메타 문제: 규제자는 누가 규제하는가?

조지 스티글러의 1971년 논문 〈경제 규제 이론〉은 지나치게 냉소적이어서 풍자처럼 들리는 발견을 제시했다. 규제기관이 규제 대상 산업에 포섭되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규제가 일반 대중보다 피규제자의 이익을 위해 설계되고 운영된다. 피규제 기업에는 집중된 이해관계와 깊은 전문성, 규제 과정에 영향을 줄 강한 인센티브가 있다. 일반 대중의 이해관계는 분산돼 있고 정보도 제한적이다.

라퐁과 티롤은 포획을 **3단계 대리인 문제(three-tier agency problem)**로 정식화했다. 의회라는 주인이 규제기관에 권한을 맡기고, 규제기관은 다시 기업을 감독한다. 규제기관과 기업이 담합할 위험은 최적 규제 설계를 바꾼다. 포획이 없다면 유연한 재량이 가치 있겠지만, 재량 자체가 포획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경직된 규칙으로 규제기관의 재량을 제한하는 편이 최적이다.

다시 재귀적 구조다.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가 그 자체로 대리인 문제가 된다. 감시자가 감시 대상이 된다. 규제자가 규제 대상이 된다.


10장: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면 되잖아”

넛지, 프레이밍, 손실 회피, 공정성, 그리고 인센티브 설계의 심리학적 최전선

행동경제학 혁명은 대리인이 표준 이론에서 가정하는 냉정한 계산자가 아님을 보였다. 사람은 손실을 피하고 싶어 하며, 지위와 공정성에 민감하고, 제시 방식의 영향을 받으며, 자기 능력을 과신하기 쉽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이런 특성은 새로운 대리인 문제와 해법을 동시에 만든다.

손실 프레이밍: 같은 인센티브, 극적으로 다른 결과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1979)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두 배 큰 가중치를 둔다는 사실을 보였다. 탄짐 호사인과 존 리스트는 이 통찰을 실제 작업장에 적용했다. 공장 노동자에게 높은 성과를 낸 뒤에 보너스를 주는 대신, 보너스를 미리 주고 성과가 낮으면 회수했다. 경제적으로는 같은 제도였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손실로 제시한 인센티브(loss-framed incentives)**가 생산성을 훨씬 더 높였다. 같은 1달러의 인센티브도 어떤 틀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공정성과 최적 계약의 한계

에른스트 페어와 클라우스 슈미트의 1999년 불평등 회피 모형은 모든 관리자가 아는 사실을 정식화했다. 노동자는 자신의 보수가 동료와 비교해 어느 수준인지에 매우 민감하다. 데이비드 카드, 알렉상드르 마스, 엔리코 모레티, 이매뉴얼 사에즈는 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자기 부서의 중앙값보다 적게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동자는 만족도가 낮고 퇴사 의향은 높다고 답했다. 반면 중앙값보다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않았다. 이 비대칭은 임금 구조의 투명성이 정보를 늘리는 동시에 평균 만족도를 낮출 수 있음을 뜻한다.

인센티브 설계에 대한 함의는 깊다. 각 대리인의 유인을 극대화한 계약도 형평성 규범을 어기면 집단의 성과를 해칠 수 있다. 생산성 격차만 놓고 보면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는 임금 압축도 조직의 협력을 보존하기 때문에 최적일 수 있다.

과잉확신: 인센티브에 관한 것이 아닌 대리인 비용

울리케 말멘디어와 제프리 테이트의 최고경영자 과잉확신 연구(2005, 2008)는 어긋난 인센티브가 아니라 **편향된 믿음(biased beliefs)**에서 생기는 행동적 대리인 비용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스톡옵션을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성향을 과잉확신의 지표로 삼았다. 이렇게 분류된 최고경영자는 내부 현금흐름이 풍부할 때 과잉투자를 하고 가치를 파괴하는 인수에 나섰다. 더 나은 계약과 더 많은 감시라는 표준 도구군은 대리인의 심리에 뿌리내린 문제를 고치지 못한다.

넛지 대안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2008)는 다른 접근을 제안했다. 대리인의 인센티브나 제약 대신 결정을 내리는 **선택 환경(choice environment)**을 바꾸는 방식이다. 브리기트 매드리언과 데니스 셰이(2001)가 연구한 퇴직연금 자동 가입 기본값은 금융 인센티브를 건드리지 않고도 참여율을 49%에서 86%로 높였다. 사람은 기본값을 따르며, 그 기본값을 설계하는 사람이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넛지는 표준 이론과 다른 경로로 대리인 문제를 다룬다. 대리인의 행동 편향을 주인과 때로는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한다. 선택의 자유를 남겨 둔 온정주의다. 선택지를 없애지 않고 배열만 바꾼다.

하지만 대리인이 인간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11장: “해법을 프로그래밍하면 되잖아”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 알고리즘 관리, AI 정렬, 그리고 코드에도 대리인 문제가 있는 이유

무기고의 최신 장은 기술에 관한 것이다. 신뢰 문제를 기술 설계만으로 없앨 수 있을까?

스마트 계약과 블록체인의 약속

닉 재보는 1997년에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개념을 처음 명료하게 제시했다. 조건을 코드에 직접 기록한 자동 실행 합의다. 조건이 충족되면 결제가 자동으로 실행된다. 재량도 재협상도 위반도 없다.

린 윌리엄 콩과 허즈궈는 2019년에 첫 정식 경제 분석을 내놓았다. 블록체인의 탈중앙 합의는 신뢰할 중개자 없이도 검증과 집행을 가능하게 해 계약의 범위를 넓힌다. 스마트 계약은 전략적으로 약속을 어길 여지를 없애 대리인 비용을 줄인다. 예치금과 보험금은 자동으로 지급되고 벌칙도 자동으로 실행된다.

그러나 이 약속은 여러 지점에서 현실과 충돌한다. 스마트 계약은 디지털 거래처럼 **온체인(on-chain)**에서 일어난 사건은 검증할 수 있지만, 현실 세계의 사건을 스스로 확인하지 못한다. 물리 세계의 정보를 전달할 신뢰할 만한 데이터 공급원이 필요한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다. 그 접점에서 인간 대리인 문제가 다시 생긴다. 코드 자체에도 결함이 있을 수 있다. 2016년 DAO 해킹에서는 코드 취약점으로 6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또한 스마트 계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 정의상 모든 조건을 미리 써 둔 완전한 계약이지만, 하트와 무어는 중요한 경제 관계 대부분이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탈중앙 자율조직(DAO)**은 이 논리를 지배구조 전체로 확장하려 한다. 인간 관리자 대신 알고리즘 규칙과 토큰 보유자의 투표를 둔다. 그러나 실증 연구에 따르면 DAO도 실제 운영에서는 전통적인 대리인 구조를 상당 부분 재현한다. 토큰 집중은 사실상의 지배주주를 만들고, 소수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운영 제안을 좌우한다. 프로토콜을 개선할 때도 DAO가 없애려던 인간의 판단과 협상이 다시 필요하다.

알고리즘 관리: 플랫폼이 주인일 때

스페인 산페르난도데에나레스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내부.

알고리즘은 집품 속도와 오류율, 유휴 시간, 화장실 휴식까지 안다. 인간 관리자가 판단하지 않아도 목표를 정하고 경고를 보내며 해고 절차를 시작한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자동화되었을 뿐이다. (위키미디어 공용, CC BY 2.0)

긱 경제는 알고리즘이 상사 역할을 하는 새로운 대리인 통제 모형을 만들었다. 우버, 리프트, 도어대시, 아마존 물류센터는 인간 관리자가 따라갈 수 없는 규모와 촘촘함으로 노동자를 감시하고 평가하며, 이동 경로를 정하고 규율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알고리즘 관리는 새로운 정보 비대칭을 만든다. 이번에는 플랫폼에 유리한 비대칭이다. 운전자는 알고리즘의 전체 구조와 평점 계산 방식을 알지 못하고 방정식과 협상할 수도 없다. 플랫폼은 운전자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알지만 운전자는 플랫폼의 의사결정 규칙을 거의 모른다. 전통적인 주인-대리인 문제가 뒤집혀 대리인인 노동자가 정보 열위에 놓이고, 주인인 플랫폼이 모든 데이터를 쥔다.

AI 정렬: 궁극의 주인-대리인 문제

그리고 여기서 250년짜리 지적 전통 전체가 가장 중대하고 가장 위험한 응용에 도착한다.

인간 설계자(주인)가 AI 시스템(대리인)을 만들고 과업을 위임할 때, 모든 고전적 대리인 병리가 적용된다. 다만 무서운 반전이 있다. 대리인이 주인보다 더 유능해질 수 있다.

스튜어트 러셀의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2019)는 AI 정렬을 세 가지 원칙으로 다시 설명했다. AI의 유일한 목표는 인간의 선호를 최대한 충족하는 것이며, 처음에는 그 선호를 확실히 알지 못하고, 인간의 행동을 선호에 관한 궁극적인 정보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딜런 해드필드-메넬과 질리언 해드필드는 불완전 계약 이론과 AI 정렬을 직접 연결했다. AI의 목적함수를 완전하게 명시할 수 없어 보상 함수가 빗나가는 문제는 하트와 무어가 말한 계약의 불완전성과 구조가 같다는 주장이다. 다중 과업 대리인 문제의 통찰도 그대로 적용된다. 측정할 수 있는 인간 복지의 **대리지표(proxy)**를 최적화하는 AI는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지표를 악용할 수 있다. 굿하트의 법칙, 곧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좋은 지표로서 기능을 잃는다’는 명제는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챗GPT 같은 시스템에 쓰이는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은 실용적인 메커니즘 설계 해법이다. AI의 보상 함수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인간의 평가에서 학습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새로운 대리인 문제를 만든다. AI는 진정으로 유익한 결과보다 사람이 승인할 결과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교사가 시험 출제자를 만족시키는 법을 배우고, 외과의가 통계를 망칠 위험이 있는 환자를 피하듯, AI도 참이거나 유용한 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글을 만들 수 있다.

재귀적 구조는 그대로다.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도구가 상위 층위에서 새로운 대리인 문제로 되돌아온다.


에필로그: 끝내 사라지지 않는 문제

세부에서 한 걸음 물러서면 더 큰 패턴이 드러난다.

주인-대리인 문제의 해법들은 하나의 계층을 이룬다. 각 층은 아래 층의 실패를 다룬다.

인센티브 계약은 성과를 검증할 수 있고 직무가 일차원적일 때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시를 더한다. 감시 비용이 너무 크거나 새로운 왜곡을 만들면 시장 규율에 의존한다. 시장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으면 조직을 다시 설계한다. 조직 설계로 모든 우발 상황을 다룰 수 없으면 관계적 계약과 문화에 기대고, 관계가 무너지거나 규모를 키울 수 없으면 법과 규제에 의존한다. 규제가 포획되면 행동적 넛지를 시도한다. 대리인이 인간이 아니라면 알고리즘 집행에 손을 뻗지만, 그 도구도 새로운 대리인 문제를 불러온다.

모든 층위에서 같은 구조적 진실이 다시 나타난다. 대리인 문제의 모든 해법은 그 자체로 대리 관계다. 감시자는 감시가 필요하고, 규제자는 규제가 필요하며, 알고리즘은 감사가 필요하고, AI 시스템은 정렬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라지는 대신 관리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층위와 영역의 불완전한 도구로 옮겨 갈 뿐이다.

그렇다고 절망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 도구들은 작동한다. 세상에는 제대로 기능하는 기업과 정부, 시장이 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이런 제도가 없는 세계보다 훨씬 낫다. 주인-대리인 분석틀과 그로부터 나온 해법의 무기고는 사회과학에서 실용적 중요성이 가장 큰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분석틀은 더 깊은 교훈도 준다. 계약자를 고용하는 일부터 인공 초지능을 만드는 일까지 모든 위임 관계에 적용된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비용은 결코 0이 되지 않는다. 줄이고 옮기고 재구성하며 관리할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 인간과 이제는 기계까지 포함한 상호작용의 근본 조건에서 생기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것을 알고 원하며,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들여다볼 수 없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에 이 문제를 알아차렸다. 2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답을 찾는 중이다.

이 글이 바탕으로 삼은 연구의 질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는지, 혹은 내가 지저분한 현실보다 매끈한 서사를 만들려고 증거를 골라 배치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면, 음.

당신은 방금 그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